10pm
밤 10시.
세상이 조금은 더 고요해지는 시각.
나는 오늘의 빨래를 마무리하고, 오늘 하루의 지출과 내일 하루의 일정을 다시금 정리하는 시간을 시작한다.
특별할 거 없는 일상 속에 내가 녹아들어가 있다.
10시에는 마무리짓는 빨래엔 이웃에 대한 배려와
건조한 요즘 피부와 목이 밤새 너무 건조해질까 자연 습기 조절을 해주기위한 날 향한 애정이 담겨있고
이 모든 것이 어느새 일상이 된 것이 좋다.
빨래할 때마다 예쁜 통에 담아놓은 세제들을 보며 오늘 하루를 대충 채우는 게 아니라
일상의 작은 부분도 아끼고 있단 마음이 들어 따스해진다.
인테리어를 조금 더 생각하고 내가 좋아하는 모양의 통을 고르고 라벨링을 하면서 날 조금 더 알아간다.
남동향 집은 아침이 조금 더 빠르다.
조금은 게을러도 되는데 하루가 길고 해는 참 밝다.
피로가 너무 짙은 날엔 로얄젤리를, 근육통이 해소가 안될때는 초록홍합을 먹는다.
(선물받은 비맥스와 비타민은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중이다)
뭐든 하나를 사고 하나를 해도 제대로 제일 좋은걸로 확실하게를 지향하는 편이라
로얄젤리는 파우더형태로 함량 가장 높은걸로 초록홍합도 비슷한 기준으로 골랐다.
캡슐형태로 알이 너무 큰 건 좋아하지 않는다.
빈 속에 무리하게 먹으면 알약도 체하는 몸이라 무리하게 약도 먹어선 안된다.
뭐든 무리하면 안된다는 걸 급하면 체한다는 걸 아는 나이가 되었다.
느낌이 싸하면 일보후퇴도 할 줄 알아야 한다.
아침은 입맛이 좀 없더라도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으려 한다.
그래야 저녁도 정해진 시간에 마무리짓고 조금 더 속편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아파도 왜 아픈지 모르고 어쩌면 스스로에게 아프고 나쁜 행동을 반복했던 시간이 있었는데
(지금도 예외는 아니다) 조금 더 나의사용설명서를 제대로 꼼꼼히 읽고 어쩌면 조금씩 완성해가고 있다.
저는 찬우유와 찬성질의 삼겹살을 먹거나 맛있다고 고기를 무리해서 많이 먹으면 탈이나요.
맵지않아도 빨간 음식은 조심해서 먹어야해요.
배부른데 음식 안남기겠다고 무리해서 먹으면 꼭 체해요.
덥다고 얇게 입고자면 배탈이 나요.
무리한 일정으로 피로감이 쌓이는 걸 인지한채로 방치하면 쓰러져요.
내 몸은 일생에 걸쳐 나에게 알려줬던 것들을 나는 어쩌면 늘 대수롭지않게 외면해왔다.
나에게 공감해주고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줘야하는 사람은 누구보다 나였는데
그걸 늘 외부에서만 찾고 스스로 주질 않았나보다.
내 사랑에 내가 굶주렸다.
밥솥에 갓지은 밥을 참으로 좋아하는데 5년간을 바쁘다며 여유가 없다며
햇반으로만 밥을 먹었다. 몸이 상하고 위장이 다 상하는게 당연한데
왜이리 위장이 약하고 탈이 나는지 모르겠다며 위장에 좋은 음식은 뭔지 찾아보았다.
그러면서 나는 양배추샐러드랑, 양배추찜, 야채쥬스는 잘 맞아도 양배추 환이나 즙같은 종류는
맞지 않다는 것도 몸이 너무 안좋을땐 즙을 먹거나 한약을 먹는 자체도 무리가 된다는 걸 알게됐지만
몸에 좋은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했지만 안좋은 습관들이 더 무서운 법이었다.
스트레스에 밤에는 떡볶이를 먹어야 잠이왔고, 아침 점심을 굶기 일쑤에 식사시간은 불규칙했고
배가고파서 커피와 간식거리는 끊을수가 없었다.
오늘은 친구가 추천해서 산 귀여운 쿠쿠밥솥에 열심히 찾아봐서 찾은 조선향미쌀에
동죽 백합 모시조개 좋아하는 조개친구들을 잔뜩 넣은 미역국에 (조선간장+참치액+멸치액젓+마늘가득)
어머님이 담궈주신 파김치를 함께 먹었다.
아침에 일어나 정성껏 차린 한끼를 먹으면서 시원하게 땀까지 흘리니
참으로 사랑받는 기분이다. 난 나에게 참 귀한 손님이다 오늘도.
시기 핑계를 대며 소심하게 딱 하나 사놓은 허쉬초코우유와 쁘띠첼코코포도 거기다 또 딱하나 사놓은 새우깡을
칼로리며 양이며 이것저것 안따지고 고민안하고 마구 먹어본다. 일단 집에 내가 좋아하는 아이템들이 하나씩이라도
있다는 것에 행복하고 바삭바삭 짭잘 달달 부드럽 쫄깃 얌얌한 맛들이 기분좋다.
그리고 바보상자 속에서 열심히 자기 일에 충실한 분들을 보며 (연예인들ㅎㅎ)
공감이 좀 안된다 싶으면 영화를 보며 보내는 하루.
사실 오늘 가장 중요한 클라이막스는 주일이라 온라인예배인데
머리를 안감아서인지 좀 더 경건하게 집중해서 드리지 못했다.
아직 블라인드를 달지 못해서 햇빛이 너무 쎄서 소파 한쪽에서 해를 피하느라 그랬지않을까라는
구차한 변명을 할 수 있지만 한가지 일에 변명과 핑계를 대자면 세상에 핑계없는 무덤은 없기에
그냥 나의 태도문제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다음에는 좀 더 집중해서 예배를 드려야겠다.
오늘 설교말씀이 교육관과 관련된거라선지 유년부 아이들이 많이 생각났다.
하나님의 마음도 엄마의 마음도 조금이나마 엿볼 시간이 허락된다는 자체만으로 감격이었던 시간.
한 명, 한 명이 보고싶단 마음이 나의 오늘에 좀 더 충실해야겠단 마음으로 이어진다.
이 시간도 언젠간 그리움이 될테니까.
만남은 길고 기다림은 짧은 그런 사이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오늘은 조금 더 특별하게 내가 참 좋아하는 납작만두를 먹었다.
납작만두는 대구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별미인 음식인데
나는 대구사람은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할머니랑 엄마가 사주셨기도하고
입맛에 잘 맞아서 아주 좋아하는 음식인데 서울에서는 구하기가 힘들어
나는 주문을 해서 집에서 먹는다.
떡볶이랑 먹는 것도 맛있지만 나는 양념장과 함께 먹는걸 아주 좋아한다.
추억의 맛을 먹을수 있단 것도 그 맛이 여전하단 것도 참 큰 행복이다.
아주 가까이서 아주 크게 행복하다고 느낀다.
대구에서 시장 중간에 소라랑 납작만두를 팔던 할머니들이 참 많이 계셨는데
늘 그곳을 가면 엄마나 할머니가 소라나 만두를 꼭 한그릇 사주셔서 먹곤했다.
그 기억이 너무 좋다.
시간이 많이 흘러 나는 엄마 나이가 되고, 할머니는 기억을 잃으셨지만
그 시간은 그자리에 머물러 있다.
동네 롯데슈퍼에서 5만원 이상 구매하면 3천원적립금 지급 이벤트를 하는데
나는 주말 마트 10프로 할인되는 광역알뜰교통카드가 있어서 5천원 할인까지 되면
8천원 할인이라 가보았는데 양파장아찌를 담그고, 저녁은 두부를 구워먹을까 하고 골라보니
(나름 저녁은 절식하려 했다) 벌써 너무 무거워져 포기하고 우유를 고르고
(우유만 먹으면 배탈이 나서 조심하는데 천천히 하루 한잔 정도 서울우유 마셔주니 괜찮다)
커피가 조금 마시고 싶은데 테이크아웃해서 비싼거 사긴 부담스러 스타벅스 카페라떼를
사려고보니 2천원이라 처음으로 카누 아메리카노스틱을 사보았다 0.9g인가 하는 녀석 10개짜리가
2천 얼마다. 거기다 우유타서 먹으니 맛이 좋다고는 못하겠지만 나쁘지않다.
엄마가 후라이팬 작은게 오래됐다고 걱정하신게 생각나 지출을 아끼고 있지만
작은 후라이팬 하나도 담아본다.
아주 친절하신 캐셔 아저씨분이 고맙고 감사하다.
카드챙기랴 멤버십 챙기랴 가방에 담으랴 좀 더 여유있게 인사를 나누진 못했는지
이제와 아쉬움이 남는다.
마음속에 할인 놓치지 말고 봉투 까먹지 말고 잘 말하고 영수증 잘 챙겨야지가 아니라
반갑게 인사하고 정중하게 감사를 표현해야지를 우선시해야겠다.
날은 더 더워졌는데 물을 마시는 양은 자꾸만 줄어들어서
의식적으로 물을 더 많이 마시려고 노력한다. 물잔이 비어있으면 계속 새로 채우고
물통에도 물을 새로 담고 브리타정수기 물을 내리고 수고로운 작업들이 당연하게 느껴지게끔
수없이 반복한다.
날 사랑해야 언젠가의 내 자식도 당연하게 사랑해주겠지.
당연하게 사랑받는다 여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또 한편으론 내 자식은 사랑받는게 당연하다 여겨지는 아이들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얽힌다.
적어도 난 사랑에 조건을 걸지 말아야지.
또다시 내일을 준비한다.
내일 일은 내일 고민하는게 아니라 내일의 나를 위해
다음 한 주를 또 열심히 사느라 끼니도 잘 못챙기고
무얼 먹을지도 몰라 고민하는 날 대신해서
오늘의 내가 메뉴를 고르고 할일을 정리하고
내일 아침에 먹을 순두부찌개를 끓인다.
조개로 낸 육수에 야채도 가득 넣어준다.
제일 좋은 걸로 제일 맛있게 느리게 맛있게 끓여 애정과 사랑을 듬뿍 담았으니
가장 소중한 너, 사랑한다고 가득히 힘내라고.
오늘 저녁은 살천지로 확찐자가 되어 옷이 작아 격리가 된 나를 위해
다시 5시 이후로 간헐적단식을 시작했는데 뜻밖의 만남으로
딸기산도를 먹어본다.
사실 금액이 너무 크게 느껴져 잘 못 먹게 됐는데 손님핑계로 먹어본다.
가까운 거리일지 몰라도 가벼운 발걸음으론 찾기 어려운데
먼거리를 떠나야 하는데 좀 더 먼 곳으로 날 보러 와준다.
결핍을 채우려는 계산과 의도가 아니라
애정어린 수고와 번거로운 노력을 더욱 주시하려 노력중이다.
계속해서 채워지지않고 바뀌지않는 부분보다
내가 나일수 있게 어쩌면 조금 더 나은 나일수 있게
그리고 그 안에서 자유할 수 있게 도와주는 부분에 더욱 무게를 둬본다.
그리고 결국은 나를 들여다본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내가 정말 용서되지 않는, 놓아지지않는 것은 무엇일까?
스쳐가는 것도, 남는 것도 선택이고
선택에 선택이 모여 관계가 되고 그 관계의 지속성이
인연이라 불려지게하고 좀 더 거창하게 운명이라 여겨지기도 한다.
오늘은 나에게도 그에게도,
잘했다고, 괜찮다고, 그래도 된다고
누군가에게 상처주지않는 선에서
너는 너여도 되고, 나는 나여도 된다고
그리고 원하는 곳이 서로의 곁이 아니면
그것도 그대로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다.